홈런·타점 선두 타자가 투수로선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삼진을 잡아낸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만화 같은 활약으로 빅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미국 진출 이래 두 번째 최우수선수(MVP)는 물론 사상 첫 5억 달러 빅딜까지 사정권이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의 ‘이도류’는 2018시즌 상륙 직후부터 야구계 최대 화두였다. 비록 규정타석에 못 미쳤지만 첫해 22홈런에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일약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2021시즌엔 46홈런에 마운드 위에서도 9승을 거두며 꿈에 그리던 MVP를 석권했다.
진화는 계속됐다. 지난해 그는 투수로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미국 진출 후 첫 10승(15승 9패)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타석에서도 홈런 4위·타점 7위에 올랐다. 60홈런의 역사적 시즌을 보낸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에게 아메리칸리그(AL) MVP를 내줬지만 손색없는 한 해였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타이틀이었다. 신인왕에 MVP까지 탔지만 주요 부문 1위와는 연이 없었다. 투구와 타격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없는 이도류의 숙명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올 시즌 오타니는 이 같은 통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아직 반환점도 채 돌지 않았는데 18일(한국시간)까지 타율 0.300 23홈런 56타점으로 타격 커리어 하이 페이스다. 타율은 아메리칸리그 6위고 홈런·타점은 양대 리그 1위다. 투수로서는 105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리그 4위를 달린다.
최근 기세가 특히 뜨겁다. 오타니는 이날 미국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 7회초 상대 투수 테일러 클라크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때려냈다. 빅리그 진출 이래 150번째 대포이자 뉴욕 메츠 피트 알론소를 제치고 양대 리그 홈런 선두로 올라서는 한 방이었다.
이날 축포로 오타니는 최근 6경기에서 홈런 5방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였다.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은 14경기로 연장됐다. 지난 5월 타율 0.243로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으나 이달 들어 월간 타율 0.410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까지의 기세를 끝까지 유지할 경우 오타니는 문자 그대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게 된다. 50홈런과 10승을 한 시즌에 거둔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상 등 돌발 변수만 없다면 AL MVP는 사실상 떼놓은 당상이다.
몸값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오타니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독보적 기량과 스타성을 겸비한 만큼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으리란 전망이 심심찮게 나온다.
한편 팔꿈치 수술로부터 재활 중인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예고했던 대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목표 삼아 복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1이닝 동안 라이브 피칭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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