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BTS)이 밥 먹여주냐?”는 선생님의 핀잔을 듣던 중학생이 어느덧 사회에 나와 직장인이 됐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룹 BTS와 아미(팬덤)의 인연은 그만큼 길었다. 전 세계에서 온 40만명의 아미는 긴 세월 함께 걸어온 길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 모였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2023 BTS 페스타’는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을 찾은 팬들은 온종일 BTS의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렸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BTS의 지난 10년 역사를 담은 ‘BTS 히스토리 월’, ‘달려라 방탄’ 무대 의상 전시, 10주년 페스타 기념 조형물, 방탄 가족사진전 등의 부스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본에서 온 유코 야마다(56)씨는 “BTS는 요즘 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함께 온 마키 이가라시(56)씨는 “BTS의 음악은 메시지가 깊고 퍼포먼스도 멋있다”면서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들을 보며 기운을 받는다”고 했다. 두 사람은 사흘간 한국에 머물면서 하이브 사옥과 BTS의 연습생 시절 숙소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홍콩에서 온 리타(36)씨에게 BTS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묻자 “울음이 나올 것 같다”면서 “직장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BTS의 음악을 들으며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고 답했다.
독일에서 온 엘리사 파이크(23)씨는 교환학생으로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8년차 아미인 그는 “BTS와 함께 나이들어가면서 계속 그들의 음악과 함께 하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무더위에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BTS를 위해서면 이 정도 더위는 괜찮다”며 미소지었다. 함께 온 사나 하인츠(23)씨는 “항상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고 말해주는 BTS의 음악에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팬들은 BTS의 음악이 나오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는 라이브 스크린 앞 잔디밭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 팬들은 아미밤(응원봉)을 흔들거나 춤을 췄다. 이곳에서 만난 5년차 아미인 김모(14)양은 “아이돌이나 팬이나 10년을 함께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데 정말 대단하다”면서 “BTS의 노래는 치유가 된다. 항상 우리에게 행복하라고 말해주는 멤버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오후 5시에는 아미라운지에서 멤버 RM이 라디오 DJ로 분해 팬들이 보내준 사연을 공유하는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 행사가 진행됐다. 중학생이던 2014년부터 BTS를 좋아하다가 직장인이 된 한 아미의 사연이 소개됐다. 학창 시절 BTS의 음악을 들으며 힘을 냈던 그는 이제 BTS를 통해 퇴근 후 스트레스를 푼다. RM은 사연을 읽은 후 “학생부터 직장인으로 거듭나기까지 방탄과 함께 해줘서 고맙다. 나도 이런 분들이 많다고 믿고 멋있는 직장인으로 살아 보겠다”고 화답했다.
오후 8시30분이 되자 BTS의 대표곡들과 함께 형형색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화려한 불꽃이 쉼 없이 팡팡 터지자 팬들의 환호성도 극에 달했다. 불꽃쇼의 내레이션을 맡은 멤버 정국은 “아무것도 없었던 저희의 밤을 밝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2막을 함께 열어 가볼까요?”라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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