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채용전환형 인턴이 극혐인(극히 혐오스러운) 이유’ 라는 제목의 유튜브 숏츠는 현재 조회 수 59만회를 기록했다. 채용전환형 인턴은 비정규직으로 입사 후 평균 3개월~6개월 근무하며 내부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입사 방식이다.
영상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인턴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 직속 선배에게 전환되겠다는 칭찬을 듣고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최종 결과는 탈락이었다. 영상은 30초 남짓한 짧은 분량 안에 채용전환형 인턴이 겪는 심리적 고충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많은 공감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이게 채용전환형 인턴의 현실”이라며 댓글로 본인의 사연과 함께 불만을 표했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채용전환형 인턴의 가장 큰 고충은 ‘희망 고문’이었다. 마치 전환 시켜줄 듯 바람을 불어 넣는 회사에 열정을 바쳐 일했지만 결국 탈락 후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는 댓글이 다수였다. “정규직만을 바라보고 부당한 지시와 갑질을 견뎠는데 마지막에 떨어뜨리더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영상 속 내용은 약과라며 “인턴 3개월, 수습 3개월, 수습연장 3개월 총 9개월을 일하고 잘렸다. 회사에 상처받아 정신의학과에 다녔다”는 한탄 섞인 댓글도 있었다.
기대감과 함께 커지는 불안감… “희망 고문 멈춰주세요”
제조업 기업 S사에서 채용전환형 인턴으로 한달간 근무한 이모(24)씨 역시 최종 전환 단계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졸업을 앞두고 부족한 스펙을 채우기 위해 인턴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지만, 근무할수록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그러나 모든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는 쉬는 시간에 공장을 돌면서 업무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고 퇴근 시간 이후까지 발표 자료를 만드는 등 열정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러나 맡은 업무에서 실수하거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압박감이 커졌다. 인턴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이 중 누군가는 전환에 실패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이씨가 일했던 팀에는 이씨를 포함해 총 4명의 인턴이 근무했다. 그중 2명의 인턴이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는데, 그들은 다른 회사 인턴 경력이 있었다. 이씨는 “우수한 인원들이 정규직으로 뽑혔기에 이견은 없다”면서도 이미 직장 생활을 겪어본 경력자들과 경쟁하기가 버거웠다고 말했다. 또 “근무 이력 없이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은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 이라 덧붙였다.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뽑지 않을 인턴을 계속해서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청년고용을 연구하는 김유빈 연구위원은 “대부분 기업이 성장기에 있던 예전에는 우선 인력을 채용해놓고 일을 시키며 훈련을 병행했었는데, 지금은 훈련과정 자체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 굳이 정규직을 뽑지 않고도 필요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다. 기업에서 신입에 대한 훈련비용과 위험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전환 인원, 모집공고 그 어디에도 없다


이씨는 불명확한 모집공고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근무했던 기업의 채용 공고에 정규직 전환 인원이 공지돼 있지 않았다. 인사 담당자에게 직접 문의하거나 면접 준비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추측하는 게 전부였다”고 전했다.
실제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모집인원이 0명 혹은 00명으로 기재돼 있다. 모집인원이 O명이면 1명에서 9명을 모집한다. OO명일 경우 10~99명을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짐작 가능하지만 정규직 전환인원에 대한 공지는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최종 전환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지원자들은 확률을 알 수 없는 게임에 뛰어드는 셈이다.
모집공고에 정확한 수치를 기재하지 않아도 이를 해결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절차법에 모집공고에 정확한 수치를 기재해야 한다는 조항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공공기관에 구체적 정보 기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따르지 않는다 해서 제재를 가할 순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이종선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취업연계형 인턴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취지에 맞춰 최대한 많은 인원을 취업과 연계해야 한다. 공고에 정보를 명시하지 않는 이유엔 기업의 노림수가 담겨있다. 기업은 인건비를 절약하고 양질의 보장된 인재를 발견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명과 암이 공존하는 채용형 인턴제, 현명하게 활용할 수 없을까
치열한 경쟁 끝에 채용 전환에 성공한 인턴도 있다. 코스메틱 브랜드 A사의 마케팅 인턴으로 근무했던 임모(25)씨. 그는 우수 인턴으로 평가돼 전환 면접을 거쳐 정규직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임씨는 “인턴직에 비해 업무에 더 많은 권한이 생겼다. 업무에 자부심과 책임을 갖고 임하고 있다”며 전환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채용형 인턴을 경험한 후로 주변 친구들에게도 채용전환형 인턴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채용전환형 인턴들은 향후 회사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있어 체험형 인턴에 비해 심화된 업무를 맡는다. 그들은 깊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며 전문적인 업무 역량을 기를 수 있다. 기업은 인턴에게 업무를 직접 실현할 기회를 줌과 동시에 지원자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다. 기업과 지원자가 상호 간 시너지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14년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채용형 인턴을 도입했다. 당시 목표했던 최소 전환율은 70%였다. 그러나 2021년 채용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채용형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약 35%이다. 과거 목표 비율의 절반밖에 못 미치는 수치다.
전문가는 엄격한 기업 관리를 통해 지원자와 기업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종선 교수는 “기업은 최소 80~90%의 전환율을 보장해야 하는데 실제 수치가 과반수도 안된다는 건 인턴을 저렴한 인건비로 활용하는 격이다. 기업은 제도의 이득을 보는 만큼, 상당 비율의 지원자를 전환할 각오로 채용형 인턴을 선발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정부는 엄격한 기업 채용 평가를 통해 제도적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유빈 연구위원은 “최근 인턴 활동은 청년들에게 필수 스펙이 되었다. 취업 준비생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채용형 인턴에 도전한다. 지금처럼 기업의 인턴 채용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상황일수록 일 경험 프로그램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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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람·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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