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8일까지 5일 간 열린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연일 인파가 몰렸다. 18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누적 관람객 수는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해 13만명이 넘는다. 올해 도서전 참가업체 수도 국내에서 약 360개 출판사 및 출판 관련 단체, 해외에서 30개국 121개 출판사 및 단체가 참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는 참가 신청을 다 받아주지 못할 정도였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저작권 거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저작권 거래를 위한 테이블 31개를 갖춘 비즈니스센터는 첫 날부터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붐볐다.
은행나무 출판사 주연선 대표는 “도서전 기간에 외국 출판사 40여곳이랑 상담을 했다. 60% 이상이 우리 책을 사려는 상담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비롯해 최진영 작가, 정세랑 작가의 책에도 관심이 많았다”면서 “해외 출판사들에게 서울국제도서전은 그동안 책을 팔러 오는 곳이었는데, 올해는 사러 오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저작권을 파는 시장으로서 원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이어 “예전에는 저작권 거래하는 비즈니스센터가 텅텅 비었었다. 그런데 올해는 해외 출판사와 에이전시들이 부스를 잡을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대만, 일본, 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주요 출판사들도 한국 책을 사러 도서전에 왔다”고 덧붙였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일본은 그동안 한국에서 책을 파는 입장이었고 책을 사가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는 일본 출판계에서 많이 찾아왔다”며 “출협에서 일본 마케터들을 위해 버스와 숙소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도 “한국 출판콘텐츠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커지면서 올해 도서전에서는 B2B 거래가 많이 늘었다”면서 “한국을 자기 나라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도서전은 개막 직후 도서전 홍보대사 6명 중 한 명으로 위촉된 오정희 작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전력으로 논란을 빚었다.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등 문화예술 단체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일부 작가들은 예정된 도서전 행사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발길은 쉼없이 이어졌다. 한국 출판시장의 주요 독자층을 이루는 20∼40대 여성들이 주축이었다. 주 대표는 “출판산업이 영상매체 등에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었다”면서 “도서전에서 수많은 독자들을 확인하니 이들을 믿고 열심히 책을 내면 되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출판사 한성봉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판다는 의미보다 우리 출판사를 독자들에게 홍보하는 장으로서 의미가 있다”면서 “여기에 모인 독자들은 진짜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10만명, 15만명 온다. 그들에게 동아시아란 출판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참여 업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는 지방 출판사들의 참여가 늘었다. 부산의 산지니, 경남 통영의 남해의봄날, 강원도 고성의 온다프레스, 전남 순천의 열매하나 등이 부스를 마련하고 독자들을 만났다.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는 “고성의 유일한 출판사”라며 “고성군의 지원을 받아 도서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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