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8)를 준비하기 위해 이달 초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24개국 여성 대표들이 남성 참석자들에게 괴롭힘, 위협, 성희롱 등을 당했다며 유엔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5~1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한 멕시코 미국 영국 독일 페루 캐나다 등 24개국 대표들이 최근 유엔에 “괴롭힘 없는 환경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엔 기후변화 회의는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에서 논의할 주요 사항을 개괄하기 위해 열렸으며, 전 세계 각국의 대표단 약 8000명이 참석했다.
FT가 입수한 서한에는 주최측에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장 안팎에서 여성 협상가들이 대우받는 방식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 모든 참가자들이 존중받고 안전한 업무 환경으로 느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FT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 참석자들을 인용해 당시 회의에서 일부 남성 참석자들이 여성 참석자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주요 국가 대표단으로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한 한 여성 참석자는 회의 기간 “여성들이 위협적인 행동과 부적절한 언어로 직접적으로 괴롭힘 당한 사례가 있었다”고 FT에 말했다. 또 다른 두 명의 참석자들은 “고발된 괴롭힘 중 일부는 남성 참석자들이 멕시코 대표단의 여성 참석자들을 괴롭힌 사례”라고 FT에 전했다.
당시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회의에서 남성 참석자들이 여성 참석자들을 비하하고 고함을 쳤다”고 주장했다. 주요 20개국(G20)의 한 여성 협상가는 “유엔 회의에 문화적인 문제가 있다”며 “일부 남성 참석자들은 마치 거친 서부처럼 매우 공격적으로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유엔 기후변화 회의가 폐막한 지난 15일 사이먼 스티엘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부적절한 행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성차별, 괴롭힘, 성희롱 등 어떤 형태의 괴롭힘도 유엔기후변화협약 절차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진행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보고됐다. 멕시코 대표단의 카밀라 제페다 대표는 COP27에서 남성 대표로부터 부적절한 메시지를 받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FT에 밝혔다. 제페다 대표는 “당시에는 성추행을 신고하지 않았지만, 유엔 회담에서 여성 참가자들이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T는 이번 논란에 대해 “올해 말 석유 생산국인 UAE에서 열리는 COP28에 또 다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앞서 술탄 알자비르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최고경영자(CEO)가 COP28 의장으로 지명되자, 국제 환경단체 등이 화석연료 기업과 자원부국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5일 “석유와 가스 산업의 기득권에 의해 (유엔기후협약) 프로세스가 훼손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과 COP27은 FT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COP28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며 “COP28 의장단은 모든 종류의 차별, 인종차별, 괴롭힘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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