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중국과 ‘디커플링’ 고집하는 캐나다…협력 또 중단-국민일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7년 12월 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과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캐나다와 중국의 외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018년 캐나다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임원을 체포한 이후 양국 사이 바람 잘 날이 없다. 양국의 갈등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중국, 러시아’로 재편되는 체제의 대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관련 협력을 중단하고 탈퇴 수순에 들어갔다. 중국 베이징에 본부를 둔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등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됐다. 중국의 지분율이 26.5%다. 캐나다는 2016년 AIIB 가입을 신청했고 2018년 공식적으로 가입했다.

캐나다 정부는 중국 공산당이 AIIB를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동안 협력을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정부의 움직임은 AIIB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이자 캐나다 국적의 밥 피커드가 최근 트위터에서 “AIIB가 비밀 경찰처럼 활동하는 공산당 구성원이 지배하는 중국의 도구”라고 주장한 뒤 이뤄졌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은 14일 “캐나다 정부가 중국 공산당이 AIIB를 지배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서 제기된 의혹 및 AIIB에 대한 캐나다의 참여와 관련해 재검토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AIIB는 피커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태에 대해 “AIIB는 지정학적 경쟁의 희생자”라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중국 투자도 잇따라 철회

캐나다는 올해 들어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도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일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연금 기금인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CDPQ)이 중국에서의 개인 거래를 중단하고 올해 상하이 사무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인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 플랜(OTPP)도 지난 4월 홍콩에 기반을 둔 중국 증권 투자팀을 폐쇄했다. OTPP는 올해 초 지정학적 위험을 이유로 중국 민간 자산에 대한 향후 직접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정부는 최근 중국 외교관도 추방했다. 마이클 청(51) 캐나다 연방 하원 의원은 지난달 중국 정부가 홍콩에 거주하는 자신의 친인척 정보를 수집했다며 캐나다 정부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 출신 이민자 후손인 청 의원은 2021년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을 집단학살로 규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추진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반발해 즉시 청 의원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중국 정보당국이 청 의원의 친인척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주재 중국 외교관 자오웨이가 도움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달 8일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국외로 추방했다.

캐나다는 그밖에도 중국이 불법 경찰서 등 여러 경로로 캐나다에 간섭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중국이 캐나다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내용의 정보 당국 보고서가 유출돼 파문이 커지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3월 독립 특별보고관을 임명해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2018년 ‘화웨이 사건’ 이후 관계 틀어져

화웨이 로고. AFP연합뉴스

양국은 2018년 이전만 해도 자유무역협정을 논의할 정도로 경제적 협력을 모색하는 사이였다. 캐나다는 중국과 2016년 무역협상을 개시한 이후 2017년까지 3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2018년 ‘화웨이 사건’으로 양국 갈등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2018년 12월 캐나다가 미국 뉴욕동부지방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에 근거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를 밴쿠버공항에서 체포했다. 중국은 이에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프릭과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두 명의 캐나다 시민을 구금했다. 당시 중국은 이 조치가 정치적 보복이라는 사실을 거듭 부인했지만 2021년 멍이 캐나다에서 풀려나자 같은 날 이들을 석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후로도 캐나다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캐나다에서 퇴출하는 등 양국의 긴장은 계속됐다. 지난해 5월 캐나다 정부는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중국 기업 3곳에 캐나다에서 중요한 광물 자산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지난해 11월 9일 토론토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중국이 점점 더 파괴적인 글로벌 강국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 정례 브리핑에서 “캐나다 측의 관련 발언은 사실과 어긋나고 이데올로기적 편향으로 가득 차 있으며 중국 내정에 파렴치하게 간섭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캐나다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트뤼도·시진핑 공개 설전 벌이기도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1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리셉션에서 전날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쥐스탱 트뤼도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시 주석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우리가 나눈 모든 대화가 언론과 공유된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상호 존중하는 태도로 논의를 진행하려면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자유롭고 공개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며 “중국과 함께 건설적으로 각종 현안을 논의하길 기대하지만, 우리가 서로 동의하지 않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가운데 타국 정상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연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발언 언론 공개와 관련해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와 중국의 갈등은 국제 정세가 ‘미국 등 서방 대 중국, 러시아’의 구도로 재편되는 가운데 대리전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호주 영국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5개국은 지난 9일 미국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무역 관련 경제적 강제와 시장 비지향적인 정책 및 관행이 다자간 무역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제적 강압에 해당하는 무역 관행을 규탄했다. 특정 나라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캐나다와 러시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 CBC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 8일 내각 명령을 발동해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주기 중인 러시아 볼가드네프르항공(VA) 소속 ‘AN-124’ 기종을 공식 압수했다. 캐나다는 G7 국가들 중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자산을 압류하고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및 국제 평화, 우크라이나 재건 등에 사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우리는 이 행위를 냉소적이고 파렴치한 도둑질로 인식한다”며 캐나다와의 관계가 “단절 직전에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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