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러스 기아 ‘쇼메이커’ 허수는 솔로 랭크와 통계, 프로 리그 전적 사이트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18일 농심 레드포스전에서 두 차례 꺼내 들어 승점을 챙긴 ‘스태틱 르블랑’도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본인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는 이날 2세트 때 31분 동안 상대방에게 4만3000의 대미지를 가해 ‘딜량 1위’에 올랐다. 데스 없이 4킬 3어시스트를 기록해 시즌 두 번째 POG 포인트를 쌓았다. 경기 후 허수를 만나 그가 이날 처음으로 선보인 스태틱 르블랑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우선 솔로 랭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최근 솔로 랭크에서는 기민한 발놀림과 스태틱 단검을 함께 사는 빌드가 유행한다. 솔로 랭크 기반의 통계 사이트에서도 이 빌드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나는 늘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다 보니 솔로 랭크에서 몇 차례 테스트를 해봤는데 꽤 괜찮게 느껴지더라.”
허수는 기민한 발놀림과 스태틱의 단검이 르블랑의 단점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그는 “르블랑의 단점은 느린 라인 클리어와 부족한 유지력”이라면서 “스태틱의 단검으로 라인 클리어 능력을 채울 수 있다. 왜곡(W)을 쓰지 않고도 라인을 밀 수 있다는 게 체감상 정말 좋다”고 설명했다.
허수는 하위 아이템인 키르히아이스의 파편에도 주목했다. 그는 “원래대로라면 스태틱 빌드는 라인전이 약한 게 단점이어야 한다. 하지만 키르히아이스의 파편을 산 이후로는 그런 단점이 부각되지 않는다”며 “ 아이템의 충전 공격 효과를 잘 이용하면 딜 교환 하기가 유리하다. 그러면서 나는 기민한 발놀림으로 체력을 채우는 매커니즘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태틱 르블랑의 운영법은 기존의 AP 르블랑과 전혀 다르다. 허수는 자신의 2021 LCK 서머 시즌 우승에 기여한 메이지 챔피언의 높은 숙련도를 토대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냈다. 허수는 “나만의 해석이 있다. 스태틱 르블랑의 숙련도가 높은 편이라고 자신한다”면서 “르블랑의 여러 가지 빌드를 연구해본 경험이 많다. ‘깎아놓은 게’ 있다”고 말했다.
허수만의 르블랑, 대표적인 예시는 신화급 아이템 선택이다. 이 빌드를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휴머노이드’ 마레크 브레즈다나 이날 허수보다 앞서서 플레이한 ‘클로저’ 이주현은 ‘루덴의 폭풍’을 샀다. 허수는 ‘밤의 수확자’를 샀다.
그는 “루덴 트리도 연구해봤지만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플레이하다 보면 ‘악의의 인장(Q)을 쓰지 못한 채로 평타(기본공격)만 치고 빠져 나와야 할 상황이 많다”면서 “밤의 수확자에는 추가 체력 300, 쿨타임 감소 25, 기본 지속 효과로 인한 추가 쿨타임 감소까지 있다. 내 스타일에는 루덴보다 밤의 수확자가 더 어울린다”고 밝혔다.
밤의 수확자는 사라진 양피지가 아닌 마법공학 교류 발전기를 하위 아이템으로 쓰기 때문에 마나 수급이 상대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허수는 “르블랑이 그동안 마나 관련해서 버프를 많이 받았다. 마나 순환 팔찌 룬만 있다면 마나는 충분하다”면서 반드시 사라진 양피지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허수는 4대 메이저 리그 최초로 스태틱 르블랑을 꺼내고 싶었는데, ‘휴머노이드’와 이주현보다 늦게 선보이게 돼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늘 새벽에 유럽 경기를 보면서 ‘제발 르블랑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앞선 경기에서 ‘클로저’ 선수의 소속팀이 져서 농심이 르블랑의 티어를 하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르블랑을 선보일 기회가 올 거라 예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프로게이머라면, 어떤 리그에서 뛰든지 허수의 연구대상이 된다. 허수는 LCK와 함께 소위 4대 메이저 리그로 꼽히는 ‘LoL 프로 리그(LPL)’ ‘LoL 유러피언 챔피언십(LEC)’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 외에 마이너 리그나 하부 지역 리그도 참고한다고 말했다.
“사실 ‘휴머노이드’ 선수가 LEC에서 스태틱 르블랑을 선보이기 이전에 유럽 지역 리그인 ‘수페르 리가’나 ‘히트포인트 마스터스’ 선수들이 먼저 썼다. 프로리그 전적 사이트를 이용해서 스태틱 르블랑이 나온 경기들을 유튜브로 찾아보고, 나만의 빌드를 찾아냈다.”
선구자들은 기존의 AP 르블랑과 마찬가지로 W스킬을 선 마스터했지만 허수는 몇 차례 테스트를 통해 Q스킬 선 마스터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절대 집중 룬보다 주문 작열 룬이 더 효과적이라고 결과를 냈다. 그렇게 그는 오늘도 또 하나의 빌드를 깎았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Source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