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첫 방중…美·中 갈등 관리 방안 모색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들과 회동하며 미·중 관계 개선책을 논의한다. 미국은 이번 만남을 앞두고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며 중국의 화답을 요청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당장 의미 있는 성과물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블링컨 장관이 베이징에 도착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과 회동하고, 19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외교 수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첫 중국 방문이다.

이번 방문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 관계의 긴장을 관리하기 위해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바이든 대통은 이날 재선 도전을 위한 첫 유세를 위해 필라델피아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몇 달 내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중국은 미국과 상관없는 (자체적인) 몇 가지 합법적인 어려움이 있다. (정찰)풍선이 초래된 것(문제) 중 하나는 그것이 격추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중국 지도부가 풍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풍선 안에 뭐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 생각에 그것은 의도적인 것보다는 당황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 등 지도부가 정찰풍선 사태에 개입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미 NBC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찰풍선 격추 후 시 주석과 전화 통화하기를 원했지만, 국가 안보 보좌진이 이를 만류했다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설득된 적이 없다”며 “행정부는 경쟁을 관리하고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항상 다채널 소통 유지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대화하기를 원했다는 내용은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 채널을 유지하기 원한다는 신호를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도 방중 길에 오르기 전 기자회견에서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실질적인 우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방적이고 권한이 부여된 소통 채널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고 오판을 피하면서 도전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등 양국이 책임 있게 관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만나 “미·중 관계의 기초는 민간 (영역)에 있고, 우리는 시종일관 미국 국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며 양국 인민 간 우정이 지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게이츠를 “올해 내가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부르며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많이 상호방문하고 교류하며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중·미 관계에 대한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고 자신의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경쟁자이자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보는 것은 중국에 대한 엄중한 오판”이라고 말해 온도 차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 사이의 여러 분쟁 사안이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는 낮지만 적어도 양국 관계가 궤도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는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 오판이나 충돌을 막고 긴장을 관리할 소통 채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길에 박진 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각각 통화하며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상호존중에 기반 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또 한·미관계, 한·중 및 미·중 관계, 북한 문제, 주요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에 관해 협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야시 외무상과의 통화에서도 북한의 불법적인 탄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일본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미·일 외교장관은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발전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역내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지속적인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의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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