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친강 베이징서 회담…갈등 풀기엔 ‘산 넘어 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대만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회담 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수개월 내 만나기를 희망한다며 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신호를 보냈다. 다만 미·중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당장 의미 있는 성과물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링컨 장관과 친 부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났다. 친 부장이 회담장 앞에 나와 있다가 차량에서 내리는 블링컨 장관을 맞았고 두 사람은 양국 국기 앞에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한 뒤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양측은 회담에서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하고 대만 문제에 관한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 부장은 주미 대사로 있으면서 블링컨 장관과 여러차례 교류했지만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에 오른 뒤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 미국에선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세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 등이 배석했고 중국에선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양타오 외교부 북미대양주사 사장 등이 나왔다. AP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19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 사이의 여러 분쟁 사안이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는 낮지만 적어도 양국 관계가 궤도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는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보좌관은 “이번 방문의 목적은 긴장 완화가 아니라 재연결”이라며 “양국 관계의 하락을 막고 안정의 기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재선 도전을 위한 첫 유세를 위해 필라델피아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몇 달 내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지난 2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무산시킨 중국 정찰풍선 문제를 언급하며 “나는 중국 지도부가 풍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풍선 안에 뭐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도적인 것보다는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정찰풍선 사태에 개입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시 주석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를 만나 그를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부르면서 “미·중 관계의 기초는 민간에 있고 우리는 시종일관 미국 국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며 양국 인민 간 우정이 지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길에 박진 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각각 통화를 갖고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상호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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