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장관 5시간 반 회담… 모두 발언 없이 대만 등 논의-국민일보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을 진행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일정을 연기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8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대만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통상 회담 전 공개하는 모두 발언을 생략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대화를 진행했다. 올 초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와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등 조치로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 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블링컨 장관과 친 부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났다. 친 부장은 회담장 앞에 나와 있다가 차량에서 내리는 블링컨 장관을 맞았고, 함께 걸어가며 “오는 길이 어땠냐”고 영어로 물었다. 두 사람은 양국 국기 앞에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한 뒤 긴 테이블에 마주 앉아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환영행사는 없었다. 친 부장은 주미 대사로 있으면서 블링컨 장관과 여러 차례 교류했지만,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에 오른 뒤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다.

양측은 회담에서 갈등이 상황 오판이나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했다. 긴장 관리를 위한 고위급 소통 채널 유지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대만 문제나 미국의 대중 견제 조치, 중국의 경제적 강압 등 사안에선 서로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중국 측의 냉담한 분위기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양국 관계의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양측이 우려를 표명하는 데 있어 솔직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국무부는 양측이 5시간30분가량 회동했고, 이후 저녁 만찬 자리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만찬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AP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19일 중국 외교의 실질적 수장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회담 전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신호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재선 도전을 위한 첫 유세를 위해 필라델피아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몇 달 내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지난 2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무산시킨 중국 정찰풍선 문제를 언급하며 “나는 중국 지도부가 풍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도적인 것보다는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정찰풍선 사태에 개입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시 주석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를 만나 그를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부르면서 “미·중 관계의 기초는 민간에 있고 우리는 시종일관 미국 국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며 양국 인민 간 우정이 지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길에 박진 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각각 통화를 갖고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상호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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