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누티비’의 뒤를 잇는 영상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한숨은 커진다. 정부는 다시 불거진 불법 스트리밍 문제에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18일 OTT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텔레그램의 익명 채팅방에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시즌2’ 주소가 공유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영화·방송프로그램·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유료 OTT 컨텐츠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넷플릭스 한국 1위 시리즈 ‘사냥개들’, tvN ‘뿅뿅지구오락실 2’ 등의 인기 컨텐츠들이 불법 스트리밍된다.
이 사이트의 화면 구성은 지난 4월에 문을 닫은 누누티비와 매우 유사하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회사명은 ‘Digisn Mowanda’이고, 주소지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다. 누누티비 역시 도미니카공화국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불법 도박사이트들의 광고를 걸고 있는 점도 옛 누누티비와 비슷하다. 다만 누누티비 시즌2 공지사항에는 “기존 누누티비의 레이아웃을 참고해 제작했을 뿐, 전혀 관계가 없다”고 써 있다. 누누티비는 지난 4월 14일 막대한 트래픽 요금, 정부의 전방위 압박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제2의 누누티비’ 출현에 토종 OTT 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우려한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누누티비 종료 이후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 등 한국 주요 OTT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티빙의 경우 지난 4월에 전월 대비 7% 가량 늘었다. ‘누누티비 폐쇄 효과’다. 바꿔 말하면 누누티비와 비슷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재등장하면, 이용자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앞서 OTT, 방송사 등으로 구성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누누티비에 따른 저작권 피해 규모를 4조9000억원으로 추산했었다.
OTT 업계 관계자는 “다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도 많지만, 누누티비의 영상 보유량 및 스트리밍 기능은 놀랄 정도였다. 쉽게 사라지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옛 누누티비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접속차단에도 우회 주소를 만드는 식으로 운영을 이어갔었다.
업계에선 제2의 누누티비까지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운영자를 특정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3월 누누티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누티비의 유사 사이트인 누누티비 시즌 2에 대해 기존보다 강화된 접속 차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누누티비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OTT업계, ISP,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주 1회→주 2회→매일 1회’로 주기를 단축하며 접속 차단 조치를 했었다.
이번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접속 차단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과기정통부는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신규 및 대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대체 불법 사이트란 인터넷주소(URL) 등만 변경해 접속 차단을 피한 사이트를 의미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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