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퀴어행사… 공무원·경찰 ‘몸싸움’




대구퀴어(동성애)행사를 불법도로점용 행사로 규정하고 이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들을 대구 경찰이 밀어내면서 두 공권력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7일 오전 7시쯤 퀴어행사 메인 행사장인 대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구시·중구 공무원 500여명이 무대 설치를 막기 위해 모였다.

같은 시간 대구경찰청은 대구시의 대응이 잘못됐다며 기동대 20개 중대 1300여명, 교통경찰·일반 직원 200여명 등 1500여명을 배치해 시 공무원들을 막아섰다. 갈등은 오전 9시30분쯤 행사 장비를 실은 트럭이 반월당네거리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경찰이 방패로 대구시 공무원들을 도로 밖으로 밀어내고, 대구시 공무원들이 경찰 진압을 버티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과 설전이 벌어졌다.

정장수 대구시 정책혁신본부장은 “시 공무원들이 시민기본권, 통행권을 지키겠다는데 경찰이 왜 공무원을 막습니까”라고 외쳤고, 몸싸움 중 넘어진 이종화 경제부시장은 “나오세요”라는 경찰에게 “나 부시장이야”라고 신분을 밝히며 버텼다. 팀장급 공무원 1명은 부상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결국 40분 가까운 격렬한 몸싸움 끝에 경찰이 길을 열었고, 행사 차량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들어왔다.

충돌이 격해지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현장을 찾아 오전 10시30분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시장은 “시내버스는 막으면서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트럭은 진입시키는 행위는 불법도로점거를 방조한 것”이라며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과 공무원들이 자리를 떠나자 경찰은 퀴어행사 측의 부스 설치 등을 허용했다.

홍 시장은 18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령 시행령 12조에 공공도로는 집회·시위 제한 규정이 있고 도로관리청인 대구시에는 도로점용 허가권도 있다”며 “막무가내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다치게 한 대구경찰청장은 치안행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지방자치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성명을 내고 “판례를 볼 때 퀴어문화행사가 불법도로점거, 정당한 행정대집행이란 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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