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극심한 기상 이변에 관련 기록이 잇따라 깨지고 있다고 CNN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곳곳에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다시 쓰고 있고 바닷물 온도와 대기 중 탄소 배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이달 1~11일 전 세계 기온이 역대 같은 시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난 15일 보고했다. 특히 7~11일은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도 높았는데,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5도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설정한 지구 온도 상승의 한계치이자 지구 온난화 최후의 방어선이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이달 초 기온이 37.7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최고 기온 기록이 여러 차례 깨졌다. 카리브해 미국령 섬인 푸에르토리코는 이달 49도가 넘는 극심한 더위를 경험했다.
바닷물 온도도 심상찮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달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5도 높아 1850년 이후 5월 해수면 온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례 없이 강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남극 해빙(바다에 떠다니는 빙하) 규모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극 해빙은 지난 2월 말 1970년대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178만9681㎢(69만1000 평방마일)로 조사됐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빙하학자인 테드 스캠보스는 CNN에 “단순한 최저치가 아니다. 매우 가파른 하락 추세에 있다”고 우려했다.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배출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NOAA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은 지난달 이산화탄소 수치가 424ppm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보다 3.0ppm 증가한 수치다. 연구자들은 성명에서 “424ppm은 수백만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치”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맥놀디 미국 마이애미대 해양, 대기 및 지구과학대 선임 연구원 “믿을 수 없는, 매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에선 기상 이변이 전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폭염과 가뭄으로 전력 공급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하자 가로등 전기 사용량을 25% 줄였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탁바 수력발전소는 저수지 수위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